MBTI가 담아내지 못하는 진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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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가 담아내지 못하는 진짜 이야기

MBTI 한 사람의 성격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준느 아주 심플하고도 간단한 방법, 복잡 다난한 인간을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심리학적 성격 진단의 한 방법이죠.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과연 빠름이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최고의 가치를 갖는 것일까요?

정말 세상에 알다가도 모를 것이 바로 사람의 성격일 것입니다. 사람의 심리는 당연히 그보다 더 하겠죠.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다른 사람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진화적으로 매우 유익한 능력이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름에도 불구하고, 나뿐 아니라 타인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심은 참 다양하고 많은 도구들을 개발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것이 꼭 과학적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혈액형이 신드롬처럼 일어났는데 요즘은 어딜가나 MBTI 성격 유형 분석이 화제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MBTI로 출연자를 소개하고, 심지어는 기업 채용에서도 MBTI를 물어본다고 하니 말 다했죠. 사적인 영역인 소개팅에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그럼 우리는 왜 이렇게 MBTI에 열광할까요? 그 대답을 사회심리학적으로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타인을 이해함의 가치

넓고 넓은 세상에서 우리가 무엇을 결정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은 때로 큰 불안감을 줍니다. 이럴 때 제일 먼저 우리가 시도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선택지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골라내는 일이 아닐까요? 선택 장애라고 까지 할 건 없지만 내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유롭게” 뭔가를 선택하라는 과제를 매우 싫어합니다.

아마 MBTI도 이것과 비슷한 욕구일 것입니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저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망망대해 속에 빠지는 것과 같습니다. 이 사람을 어디서부터 이해해야 하지? 하지만 내가 너무 사랑해서 미쳐버릴 것 같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우리는 상대방의 과거, 현재, 미래, 장점, 단점, 취미, 현재의 상황과 환경 등을 구체적으로 알아갈 만큼 인지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투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용한 무속인 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대방을 보자마자 이 사람은 이런 유형의 사람이군, 이런 특성을 소유하고 있다니 나와 좀 비슷하네? 정도의 재빠른 센스를 장착하고 싶어하는 심리는 누구나 똑같습니다.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이럴 때 상대방의 MBTI를 아는 것은 그 사람을 어디서부터 이해해야 하는지를 알려 줍니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닻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부르죠. 닻내림 효과란 일종의 어림짐작이라고는 하는 휴리스틱 정보처리의 한 종류로, 인간의 독특한 인지적 특성을 설명하는 심리학 용어입니다. 마치 배가 한 지점에 닻을 내리면 그곳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무엇을 판단할 때 초기에 접한 정보를 기준 삼아 사고를 하게 된다는 것이죠.

속도와 정확성

닻내림 휴리스틱의 관점에서 본다면, MBTI는 나와 상대방을 어디서부터 이해해야 할지 일단 기준점을 제시해 준다고 할수 있습니다. 외향인가 내향인가, 직관인가 감각인가, 감정인가 사고인가, 판단인가 인식인가. 그리고 그 유형이 나와 다를 때 ‘아 이러한 이유로 나와 다르구나’라는 것을 명료하게 설명해 준다고 느끼게 되죠. 이런 측면에서, MBTI는 사람을 아주 빠르게 이해하고 판단하게 하는 유용한 도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장점 뒤에는 단점이 공존합니다. 빠르게 사람을 이해하게 해주는 정보처리 방식인 휴리스틱의 단점은 바로 정확성을 담보로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고정관념과도 연결됩니다. 우리는 사람을 보면 빠르게 그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하는 나머지,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차원으로 사람을 거칠게 스케치하고, 그것과 부합하는 정보를 선택해서 그 사람의 특성을 결론짓고 싶어하죠. MBTI의 네 가지 차원이 이분법적으로 짜장면 아니면 짬뽕을 고를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사람이 짜장면 같은 사람인지 짬뽕 같은 사람인지를 선택하고 싶어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짜장면이면서 짬뽕일 수 있는 그 미묘한 지대를 망각하곤 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미묘함은 곧 불확실함이기 때문이죠.

애석하지만 우린 모두 짜장면과 짬뽕 사이의 어느 지점에 존재합니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성격을 몇 가지 유형으로 강제 할당하기보다는 하나의 차원 내에서 그 강도로서 인간의 특성을 이해하죠. 그리고 그런 차원들이 여러 가지이며, 그 여러 가지가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심지어 상황에 따라서 이 복잡한 특성들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맥락에 따라 변화하는지를 복합적으로 살펴봅니다.

어렵지만, 편한 길만을 찾을 순 없다

인간은 매 순간 변화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런 변수 때문에 빠르게 답을 내고 싶어하는 우릴 당황스럽게 하죠. 우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고, 경험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함께 하는 사람에 따라서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과 함께하는 상대방에게도 주의를 기울여보세요. 그 사람이 하는 말, 호흡, 눈빛에 좀 더 예민하게 집중해 보길 바랍니다.

생을 마감할 때 우리는 자기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게 될까요. 사실 답은 명료합니다. 네 가지 알파벳이 담아내지 못하는 자기 자신, 그리고 타인의 인생 이야기에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하죠. 그것이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나에 대한 이해, 그리고 친밀한 관계를 세우는 진짜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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